1.  2013. 3. 20.

  밤에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 TV는 주혁이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한자이야기"가 틀어져 있었고... 나나 남편은 이걸 "재미없는 한자이야기"라고 부른다. 솔직히 왜 재미있는이란 수식어를 붙혀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슨 중국어 박사님이 나오셔서 고사성어를 설명하는 프로다. 주혁이 땜에 별 수 없이 보지만... 여하튼 그게 틀어져 있었는데 화면상 어러운 글자 속에 가장 쉬운 글자 석삼이 있었다.

그때 주혁이왈

"엄마 사람인 써보세요" "하나둘"

"엄마 석삼 써보세요." "하나둘셋"

"엄마 몸기 써보세요"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

"땡~" "어???? 틀려????"

"네... 하나둘셋" 헐~~~~ "ㅎㅎㅎㅎㅎㅎ(민망함에 웃음)"

"주혁아 엄마가 착각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몸신을 썼네.ㅎㅎㅎㅎ"

"주혁아 몸기는 몇획이야?" "3획이요"

 

우리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한 가지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바램이 생겼다.

우리 주혁이가 자기가 남보다 좀더 아는 것을 가지고 남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길... 겸손한 사람으로 자라길... 

아직까진 날 무시하거나 하진 않는다.ㅋㅋㅋ... 그러니 그러기 전에 기도하면서 가르쳐야겠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한자 몇 개 더 아는 것보다 중요한게 겸손과 배려라는 사실을...   

 

 

2.

그러고 보니... 일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날은 아마 토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주혁이가 무슨 한자 프로그램을 틀어놔서 같이 보고 있었는데 단어 하나가 나왔고이 단어를 옥편에서 어떻게 찾는지가 설명되고 있었다. 근데 주혁이왈 "엄마 저건 일만만이예요" "어? 주혁아 엄마 생각엔 주혁이가 틀린 거 같아. 일만만은 저것보다 훨씬 어려운 글자야. 주혁이가 이번엔 틀렸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옥편에서 그 글자가 나왔고... 그 글자 옆에 일만만이라고 적혀 있었다. 헉!!

"ㅎㅎㅎㅎㅎㅎㅎㅎ(민망한 웃음) 주혁아 어떻게 알았어? 진짜 일만만이네...(이제야... 아 맞지.. 이거 일만만 약자지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듬) 주혁아 어떻게 알았어?" "그냥요~^^"

뭐.. 이런 황당 시츄에이션~~~

앞으론 아들 앞에서 아는 척하지 말고... 왠만하면 얘가 말하는 것이 맞겠거니하고 생각해야겠다.쩝...

 

 

3.

어제 어머님이.. 주혁이 선생이 그러는데... 주혁이가 딴 애들 할 틈을 안준데.. 라고 말씀하셨다.

헐~~ 그러면 안되는데... 친구들이 잘난척한다고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양보... 배려... 이것이 내가 아들에게 가르쳐줘야할 것들임을 절감하게 되는데... 그렇탐... 어떻게 가르쳐줘야할까??

체험학습??ㅋㅋㅋ  나한테 양보하고.. 나를 배려하게 하는... 체험학습???ㅋㅋ

 

 

여하튼 우리 아들은 나도 모르는 온갖 지식들을 티비나 인터넷, 책을 통해 자가습득하고 있는데...(얼마 전엔 "엄마 여자녀는 한일에 노브라노가 합쳐졌어요 그러던데... 하도 말도 안되는 소릴해서 알아보니 엽기한자를 봤나보다. 이런 건 좀 걱정된다.) 

이젠... 그런 곳에선 알려주지 않지만 정말 살면서 더 필요한 것들을... 더 배워야할 것들을... 가르쳐 주는 현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우리 아들이 친구들과도 잘 지내면서 함께 사는 법도 잘 배우길 바란다.

그러고 보니 아들 앞에서 티나게 기도하는 엄마부터 되어야겠다. 매일 밤 같이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