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고3 창훈이와 재민이 (2001-05-21)

어제는 야외예배를 갔다 왔다.
우리반 고3 한 아이가 그날 2시부터 시험이라고 나보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나는 니가 알아서 결정하라고만 말해 줬다.
그 아이는 출발하기 전까지 내내 고민을 하더니... 안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만약 내가 그래도 가자고 했다면 갔을까?
아님 내가 안가도 된다고 말했으면 그 아이 마음이 훨씬 편했었을까?

내가 어떻게 하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 아인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난 사실 그 아이가 내가 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가는 것을 선택하길 바랬었다. 만약에 그날 그 자격시험을 못보게 되더라도 말이다.
근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그 아이에게 바랬던 것 같다.


우리반 다른 고3 한명이 지난 주부터 교회오는 시간에 하는 학원을 끈었다면서 앞으로 2달을 못나온다고 그런다. 그럼 오후예배를 드리냐고 물었더니 오후에도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그 아이가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고민하였는진 잘 모르겠고 기도를 해봤는진 잘 모르겠고 내가 미리 알았다면
그 아이의 그런 결정을 변화시켰을진 잘 모르겠지만...
난 그 아이의 결정에 "야, 진작 공부 좀 하지 그랬냐? 어떻하냐 2달동안 잘생긴 니얼굴을 못보게 되다니..." 이렇게만 말을 했었다.


고등부에 있으면서 시간적 여유를 못느끼는 수많은 고3들을 보아 오면서...
그들에서 받게 되는 느낌은 한결같다. 적어도 그와 같은 고3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결과를 미리 알고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은 없고 그럴 수도 없지만...
만약에 빤히 보이는 결과가 있고 그속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다소 돌아가야 하는 희생??이 있게 되더라도 그 아이들이 그리스도인으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그리고 지금 잘 모르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잘못한 선택이었음을 발견하였으면 좋겠고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서 또다른 결정을 해야 할땐 적어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런 결정을 하려는 노력들이 그 아이들속에 생겨났으면 좋겠다.

우린 때론 하나님이 뭘 원하시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고민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런 말할 자격이 나한테도 있던가???

하나님 왈 "야... 너나 잘해..." 그러시겠지??



[RE]그리고 한참 후 다시 질문

그리고 한 참 후...

그 아이들이 대학시험을 다 마쳤을 때
난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똑같은 상황이 또 생긴다면... 너는 어떤 결정을 할꺼니? 물었더니

야외예배에 못?갔던 아이는 여전히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말했고
학원에 다녔던 아이는... "아니요~" 그렇게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