默想-3

고등부에서도 크리스마스 이브날 모임을 가졌다.
교회학교 발표와 성가제가 끝나자마자 선생님들은 분주히 친교실로 내려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늦게까지 모임을 가지기 때문에 배가 고플까봐...
라면을 다 끓여도 없던 아이들이 어느샌가 많이? 와 있었고 한솥이 모자라서 다시 한솥을 더 끓였다.(참고로 내가 끓인 것은 아니고 난 라면을 봉지에서 꺼내는 일과 스프를 뜯어 양푼에 모아놓는 일을 했음)
라면을 그릇들에다 담는 것을 보면서... 사실 나도 그때 배가 많이 고픈터였고... 늦게까지 교회 남아있으려면 나도 좀 먹어야 하는데... 얼마 없네?? 문뜩 먹을 것이 없으면 우쩌지?? 하는 위기감?을 느껴야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더 먹겠다는 것을 그만 먹어 하면서 내가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접고... 안남으면 슈퍼에 가서 간단히 요기하지 뭐...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감사?하게도 내가 먹을 분량은 남았다. 아이들은 다 먹자마자 모임장소(유치부실)로 올라갔다. 다 먹고 쌓아둔 그릇들을 씽크대로 들고 들어와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내가 그릇들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본 남학생 한명이 덩달아서 다른 설거지할 그릇을 가지고 들어오더니만... "나도 설거지가 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설거지를 시작하는 것이였다. 그 학생이 설거지를 하는 모습은 본 다른 여학생이 "어? 왠일이야? 니가 설거지를??"하면서 말을 걸어왔고... 난 "우린 지금 함께 설거지할 예쁘면서 힘쎈 아줌마?를 구하고 있으니 예쁜 아줌마 들어와" 말했고.... 그 학생 또한 우연히?? 함께 설거지 하는 일에 동참하게 됐다. 처음 설거지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시작한 그 학생은... "엄마가 아무래도 아니? 제가 왜 저래?? 집에선 한 번도 안하더니... 좀 섭섭해 하실 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참고로 그곳에 그 학생의 어머니가 함께 있었음) 나 또한 "너희들이 내가 말 안해도 다 알겠지만... 우리 엄마도 내가 나와서 이렇게 설거지를 자원?해서 하는 모습을 보면 놀랄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학생들이 자원?하여 설거지를 도와줘서 금새 끝내고 선물교환식에 너무 늦지 않게 참여할 수 있었다. 난 그 학생들에게 "너희처럼 설거지를 잘 하는 학생 둘씩이나 대학부에서 보내게 되다니... 우리 고등부로썬 엄청 큰 손실이다... 아쉽다...."라고 말해 줬다.
그리고 사실 난 그 학생들이 어떤 마음으로 설거지를 시작했었는지 잘 몰랐다. 그냥... 우연히... 아님 내?가 하니깐... 그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쳤었다.
근데... 오늘 아침에... 와 있던 멜을 한통 읽었다. 『사실 어제 선생님이랑 설거지 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후배들이 좀 더 넓게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제 모습도 많이 반성했구요...-중략-』
선배가 먼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후배들이 나도 해야지... 하는 마음이 스스로 생기지 않는 모습들을 그동안 보면서 맘이 아팠던 모양이다.


근데... 난 이 아이가 설거지를 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는 말이 왜 그렇게 기쁘게 여기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 아이가 느끼는 그 마음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그 아기 예수를 보면서 큰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가슴이 많이 아팠을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참된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