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등부 모임이 끝나고 교무부실에 갔었다.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하나 싶어서... 그냥 들어가서 아무말도 못하고 쭈삣쭈삣 거렸더니 동기 범식이가 아무 소리 없이 한 구석에 있던 선물과 상패를 줬다. 주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걸 화장실에 가지고 가서야 꺼내서 읽어보았다. 10년 근속패...그렇게 그걸 보고 허무할 줄 몰랐다. 단 한명에게서 형식적인지 진심인지 모를 수고했다는 소릴 들었다.
상품이 꽤나 커서 뭔가 했더니... 늦게 집에 돌아오신 엄마 말로는 그 상품은 모범교사상이라나? 난 사실 모범교사인지도 몰랐다. 정교사 고등부를 8년동안 하면서... 난 모범교사상을 4번정도 탄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난 고등부에 없어선 안될 교사가 되어 버렸다. 고등부에 없어선 안될 교사가 된 것이 왜 기쁘지 않고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왜 안고마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 스스로는 내가 없어도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31일날 몸도 마음도 아픈 상태였지만 상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시간에 맞춰서 나름대로는 여유?있게 집을 나섰었다. 근데 폭설로 차가 거의 나가지 못하고 계속 길 위에 정체되어 있게 되면서 그래도 처음엔 좀 늦더라도 이 상만큼은 꼭 내가 직접 받을 수 있게 해 주실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믿고 싶었었다. 그러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하나님 나한테 정말 이러시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자꾸 되물어야 했었다. 솔직히 하나님이 나한테 이러시는 건 정말 너무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교회가 지방도 아니고... 어떻게 가는데 3시간이나 걸릴 수 있는지... 내려서 동부간선을 걸어가도 그정도시간이면 충분히 가련만...

왜 하나님은 내가 10년 근속패라는 것을 이렇게 허무하게 받도록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다.
여러생각을 하면서 한참이 지나서야 하나님의 날 향한 더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뭐.. 나때문에 폭설이 내렸다고까지 해석하는 건 좀 그럴지 모르겠지만... 많은 박수나 인사를 받지 못하고 아주 초라?하게 상을 건네 받으면서... 난 하나님을 향한 모든 일들은 이와 같이 스스로의 영광이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된 것 같다. 기력이 쇠하지 않았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모세나 세례요한의 그 허무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죽음이나... 사도요한의 감옥에서의 그 말년이나... 베드로의 그 죽음이나... 그들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느꼈기에... 허무하지만은 안았을 것 같다.
어제 주일 설교 말씀 중에 목사님 왈 너희들의 기적행함을 기뻐할께 아니라 너희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됨을 더 기뻐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내가 지금 허무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사를 그분께 돌릴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박수를 받고 그 상을 많은 사람 앞에서 받았다면... 난 분명 아주 거만했을 것 같고, 그 상을 받는 나 스스로를 대단히 뿌듯해 했을 것 같다.
솔직히 난 그렇게 받게 될 상을 정말 기다리고 있었고 상을 받으러 나가기 위해 옷도 예의?를 갖춰 입고 교횔 왔었었다.

박수와 칭찬을 받으며 자랑스럽게 그 상을 받고 싶었던 내 마음을...
그걸 다른 사람을 몰라도 하나님은 분명 아셨을 것이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이런 식으로 상을 받게 되서......

하나님
나의 하나님
그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제 목 이제 23일! (2002-01-23)

고등부 교사가 된지 이제 23일!
생초보가 무려 8년간 고등부 교사를 하신 대 선배님께 배울것이 많습니다. 또 저절로 존경하게 됩니다.

떡대 같은 남학생들과 무서운 여학생들 사이에서 어떻게 버틸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근데 8년이라니...

고등부 8년이면 지영선배님과 같은 경지에 다다를수 있나요?

심히 고개가 숙여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