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차 백합선교회를 다녀온 후>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서로의 기도제목들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들은 참 많았었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아니 그 때가 언제부터였는진 사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과 진짜로 솔직한 내 기도제목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챙피함??도 무릅써야 한다는 사실을...

대학부 2년차 겨울방학 수련회를 갔을 때의 일이었다. 
물론 그 수련회를 오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과 기도제목을 나눴었고, 
수련회 기간이 그날도 난 예전과 다름없이 늘상 그럴 듯한 기도제목을 사람들과 나누웠다. 
그러다 수련회 마지막 날 밤 우리 조장님 "이제 모든 사람들의 기도제목을 다 나눴으니 그럼 이제부터 이 기도제목을 가지고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라는 말이 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난 엄청난 용기를 발휘하여 

"저......"

"사실은요... 아까 제가 나눈 기도제목이요." 

"저... 그거 말고 진짜로 기도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요..."

"사실 이번 수련회 때 사람들한테는 은혜 많이 받는 수련회 되었으면 좋겠다고 대충 뭉뜽그려 말했지만... 사실 진짜로 제가 기도하고 싶은 건 제가 장학금을 타는 거예요. 저의 집안형편이 좋은 것도 아닌데 임원을 맡게 되다보니 방학 땐 수련회 준비차 교회에 거의 매일 와야 하고, 수련회도 가야하기 때문에 알바를 구해서 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고, 엄마한테 죄송해서 생각한 것이 교회생활도 잘하면서 알바도 안하려면 꼭 학교에서 장학금을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시 우리 대학부는 내가 보기엔 다들 장학금을 탔고 장학금을 못타는 사람들은 거의 없게 보였다. 뭐랄까? 그때 내 생각으론 이 정도의 기도제목은 남들한텐 기도하지 않아도 당연히 이뤄지는 뭐.. 그런 정도의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나만 이런 기도를 한다는 생각을 했엇다.(물론 이건 그 당시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내 선배들의 선배의 말을 통해 한참 뒤에야 알았지만...)  
여하튼 그래서 내가 이런 기도제목을 나누는 것은 난 공부 못해요~ 내 입으로 말해야 하는 창피함을 무릅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용기를 내야만 했었었다.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조원들은 거의 다 언니, 오빠들이 많았고 동기와 후배는 별로 없었었다. 

그리고, 그 날 내 행동에 그들의 한결?같다면 한결같은 반응은...
다들 막~ 웃는 거였다.

그 후로 그 때 그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씨익 한 번 웃어줬고, 특히나 시험 볼 때가 되면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니?" "공부 열심해 해라" 시험이 끝나고 학점이 나올 때 쯤해서는 "어떻게? 장학금 탔니?" 묻곤 했다.

그 후로도 난 그 다음학기인 여름 수련회 때까지만 이 기도제목을 사람들과 나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사실 장학금 타는 기도제목을 나누는 것이 뭐가 그리 부끄러운 것이라고 그렇게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되돌아보면 그 일 이후로도 난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기도제목들을 나눌 시간을 가졌지만 그 때마다 그런 용기?를 발휘했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거 같다.


여하튼...
어제의 시간은 참 좋았다.
엄청난 용기?까지 발휘하면서 솔직한 기도제목을 나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은 분들과 귀한 시간들을 공유한다는 건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 거 같다.